생활2013.01.17 15:21

 

 

지난 일요일 아는 동생 결혼식이 있어 부산에 갔다. 남들은 결혼해서 지새끼 키우는데 너는 방구석에서 쥐새끼나 키우냐며 엄마에게 후려맞아서 아픈 등짝을 어루만지며 이른 아침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타고 보니 카메라를 안챙겼다.;; 아이폰도 배터리땜에 사진은....미안 ㅋ)

 

이른 시간. 일반 버스. 최악의 조건..

 

이렇게 이른 시간에 버스에 타다니.. 난 탈것에 오르면 잠을 쉽사리 이루지 못한다. 비행기, 배, 버스, 자동차 등등.. 정말 피곤하면 잠깐 졸다가 깨는 정도인데 이 날도 그랬다. 우등 버스를 탔으면 좋았을 것을.. 시간대가 맞지않아 일반 버스를 타야했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행복 도시 세종시?

 

일반버스는 앞자리. 우등버스는 3의 배수인 홀로 앉는 자리가 명당이다. 이 날은 앞자리인 1번 자리에 앉았더니 고객행복으로 간다는 안내가 있었다. 난 부산으로 가는데..

 

휴게소에서 구입한 키스틱을 우물거리며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이긴 해도 특유의 비릿한 내음은 나지 않았다. 결혼식에 늦을까봐 서둘러 지하철을 타고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뭐 언제나 그렇듯 신부는 예쁘고 결혼식장은 혼잡스럽고 예식이 진행되든 말든 뒤에서 떠들고 웃고 신부의 눈물 한방울이 떨어지면 짠해지다가도 "다들 저래. 나도 저랬어." 라는 친지의 말로 다시 시끌벅적해지고 주례선생님은 대머리에 예식장 뷔페는 맛이 없었다.

 

다른 점은 사회자가 남자가 아닌 신부의 오래된 친구인 여자였다는 것과 신랑이 축가를 부르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 "삼개월만 살아봐라 이것들아ㅋㅋㅋ" 라고 하니 몇몇이 풉! 했다는 것이다. (결혼 축하한다.ㅋㅋ)

 

가장 중요한 퀘스트였던 결혼식 참석을 마치고 난 두번째 퀘스트를 수행해야 했다. 부산에서 맛있는 어묵 사오기;;

며칠전에 봐 두었던 국제시장(깡통시장)으로 향했다. 부산으로 여행 간 사람들의 필수 코스라고 해서 나름 기대를 하고 갔는데 사실 조금 실망했다. 일단 타 지역에 있는 시장과 별다를 바가 없으며 굉장히 불친절했다. 길을 좀 헤매다가 부평시장이라는 곳에 들어갔는데 그 곳이 깡통시장이었다. 반찬이나 여러가지 수입소품이나 수입과자 따위를 파는데 특별히 수입 물품이 필요한게 아니면 다른 시장이랑 똑같다.

 

아침도 제대로 못먹고 예식장에서도 점심을 제대로 못 먹은 터라 팥죽을 한 그릇 먹었다. 인절미를 슝슝 넣어주는 팥죽이 명물이라 해서 한 그릇 먹었다. 작은 한 그릇에 3,000원이라는데;; 며칠 전에 양동시장에서 그 두배만한 그릇의 팥죽을 4,000원에 먹은게 생각이 나며 씁쓸했다. 팥죽을 먹으면 식혜를 종이컵으로 입가심으로 조금 준다.

내 옆자리에 아줌마 세명 일행이 와서 두명만 팥죽을 먹었다. 그리고 식혜를 받으며 다른 아줌마까지 한컵만 더 달라고 했더니 팥죽 파시는 분이 무섭게 짜증을 냈다. 그리고 계산할때 그 분들이 만원짜리를 낸다며 다시 한번 짜증을 냈다. 식혜.. 팥죽.. 아.. 3,000원.. 팍팍한 삶..

 

자꾸 콧물이 흘러 손수건이 하나 필요했다. 손수건 하나 사러 들어가서 예쁘게 생긴게 있길래 보여달랬더니 "그거 좀 비싸." 라며 이상한 것들만 꺼내놨다. 대체 이 곳은 왜 이러는 건가..

 

그냥 나와서 포장된 어묵을 사고 사람 많아보이는 곳에서 과자를 사볼까 했더니 밀치고 밀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광주까지 가는 시간도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어묵만 가지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젠 폰이 말썽이었다. 미친듯이 바닥을 보이며 배터리가 소진되고 있었다. 포기하고 버스에 올랐다. 갈때도 일반. 우등을 타려면 40분을 기다려야 했으므로 그냥 탔다. 꽤 뒷자리였는데 내 옆엔 어떤 남자가 탔다. 진짜 미안한데... 인터넷상에 떠도는 전형적인 오타쿠 이미지의 남자였다. 의자 2개 중에 1.2를 차지했다.  

 

 뒷자리엔 여중생들 대여섯명 일행과 그들 인솔자로 보이는 어른이 한명 탔는데 여중생들은 가는 내내 큰 소리로 떠들었지만 인솔자는 묵묵히 이어폰을 꼽고 앞만 보고 있었다. 내 옆자리 남자는 휴대폰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잠을 자는데 턱을 괴고 잤다. 그러다 손이 툭. 하고 내 가방으로 떨어지면 깨기를 반복했다. 버스 안이 좀 더웠는데 뒷자리 여중생들의 과자냄새와 옆자리 남자의 땀냄새가 어우러져 30번 이후 자리는 아비규환이었다. 그 와중에 맨 뒤 구석에 있는 커플은 쪽쪽대고 있었다.

 

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난 뛰었다. 너무 급했기 때문에....... 

 

급하면 어쩔 수 없다;

 

충전기를 가져온건 신의 한수였다. 여자 화장실에서 빈 콘센트를 발견하고선 바로 충전을 시작했다.

휴대폰이 켜져도 별 메세지는 없었다.

 

짧은 충전을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지옥같은 뒷자석은 여전했다. 어린 학생들은 계속 떠들었고 옆자리 남자는 잠은 깼지만 땀을 점점 더 많이 흘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건너편 자리에 할머니는 옆자리 남자에게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챙겨주는 모습이 보였다. 부러웠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휴게소에 들릴 정도의 거리를 가는 거리는 우등버스를 타겠다고.

40분을 기다려도 우등버스를 타겠다고.

그리고 그날 금호고속이 데려다 준 곳은 고객행복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 날의 전리품. 어묵. 맛있엉.ㅋ

Posted by 이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보리

    ㅋㅋㅋㅋㅋㅋㅋ재밌다. 그래 먼거리는 우등을 타야해. 일반은 넘 좁아 ㅜㅠ
    아이폰은 그래서 불편함. 너도 다음엔 배터이.교체형으로 갈아타

    2013.01.17 22: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시간때문에 일반 탔더니..ㅠㅠ 아이폰 배터리 빼면 괜찮아요! 전 앱등이니까요! ㅋㅋㅋ

      2013.01.17 22:37 신고 [ ADDR : EDIT/ DEL ]
  2. 보리

    ㅋㅋㅋㅋㅋ내가 정말 이거 보고 또 느낀건 넌 정말 한국입맛이라는거. 팥죽과 식혜라니.. 난 둘다 싫어해서.돈주고 사먹는 건 생각도 못함 ㅋㅋ 팥죽은 맛있었니.

    2013.01.20 18: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시장 안에 먹을게 좀 마땅찮아요 ㅜㅜ 유부전골이니 비빔당면이니 사진으로 그럴듯하게 올려놓은 블로거들 많은데 막상 가서보면...좀.. 그래요.ㅋㅋ 싸다고 하는데; 사실 별로 싼건지도 모르겠어요. 광주에 양동시장이 더 싸요! 진짜!
      한국인 입맛이라기 보다는 현지식 주의? 현지에 가선 현지 음식을 먹자..ㅋㅋ 태국가서도 남들 못먹는거 막 혼자 맛있다고 먹었으니깐요 ㅋㅋ 언니 팥죽이랑 식혜 싫어하는 줄은 몰랐어요; 식혜는 맛있지 않아요?;;ㅋㅋ

      2013.01.21 00:53 신고 [ ADDR : EDIT/ DEL ]
    • 보리

      난 양식이 제일 좋은 사람이야 ㅋㅋㅋ빵과 고기. 완벽하다 ㅋㅋㅋㅋㅋ 식혜는 집에 있어도 누가 줘도 안마시는 메뉴;

      2013.01.22 08:32 신고 [ ADDR : EDIT/ DEL ]